돌로 만들어진 배. 가라앉다


이제껏 왜 나를 태우고 가지 않았냐고,
다른 곳으로 데려다 주거나,
방향을 제시하거나 하지 않았냐고.
하다못해 나침반이나 구조 요청을 위한 신호탄 하나 주지 않았냐고.
속으로,
마음 깊이,
반복해서,
미움에 차서,
열외감과 증오감으로 똘똘 뭉쳐서,
외쳤다.

왜 도와주지 않느냐고.



도와달라는 몸부림을 외면하고 무시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느끼지 못하는,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무지 몽매함, 공허, 비어있는 가슴이었다.
차라리 타인의 고통을 못 본체 하는 비겁하거나 비열한, 악랄한 취미의 존재였다면.
나의 분노와 증오는 방향을 잃고 이제 나 스스로를 향해 머리를 틀고 있다.
바로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존재 앞에서
짐짓 고통스러운 마음을 알아채기를 바랬던 나는 자책하고 있다.

애타는 마음으로
구조를 요청하는
그 떨리는 손이 향하고 있었던 것은 허공이었다.

벼랑 위에는 다리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상처즈음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올라왔건만,
머릿 속에 백번 천번 그려왔던 다리는 없었다.

이제 내게 그 무엇도 아닌 허수아비이다.
밥은 먹고 숨은 쉬어도
아무 것도 아닌 존재.
아무 것도 아니어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공허라는 의미를 지닌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아닌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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